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고? 더 늘려야 한다, 그것도 꽤 많이!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고? 더 늘려야 한다, 그것도 꽤 많이! /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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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제목을 보고 칼럼을 읽으러 들어오신 독자분들이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 뭔 개소리야?”라며 엄청난 적대감을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으시다는 것을 아주 잘 안다. 내가 술 마시면서 이런 주장을 펼치면 진보건 보수건 이념을 떠나 대부분 사람들이 나를 미친 놈 취급했다. 그 많은 시선들을 까먹을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또 한 번 그 욕을 들어먹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나는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에게 무슨 대단한 소신이 있어서가 아니다. 정치를 잘 알아서도 아니다. 잘 알기는커녕 나는 정알못에 가까운 사람이다.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 숫자를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이겠다는 멍멍이소리를 한 것이 이 칼럼의 계기가 된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꼭 한동훈을 비난하기 위해 쓰는 칼럼만도 아니다. 아주 간단히 경제적으로 생각해보면 국회의원 숫자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믿기 때문에 이 칼럼을 쓰는 것이다.


■ 줄이는 것은 절대 능사가 아니다


미시경제학에서는 효율적으로 범죄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 경제학적인 논의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100명의 국민이 살고 있다. 이때 경찰관을 몇 명을 둬야, 그리고 처벌을 어느 정도 강화해야 범죄를 효율적이고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경찰관 숫자가 많을수록 범죄를 줄일 수 있다. 형량을 대폭 강화해도 범죄를 줄일 수 있다. 즉 범죄율은 경찰관 숫자 및 형량과 함수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보자. 100명이 사는 국가에서 정부가 담배꽁초 버리는 범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싶어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방법, 경찰관 숫자를 100명으로 늘리는 거다. 이 경우 처벌 수위는 대폭 낮춰도 된다. 왜냐하면 경찰관 한 명이 국민 한 명을 내내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에 꽁초를 버릴 틈 자체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경찰관 한 명이 국민 한 명을 내내 따라다니는 게 민주사회의 덕목도 아니다.


이번에는 경찰관을 단 한 명만 두는 대신 형량을 대폭 강화하는 방법이다. 꽁초를 버리면 무조건 사형이다(참고로 이건 예일 뿐이다. 나는 사형 제도를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이다). 이래도 꽁초 투기율은 사실상 0으로 수렴할 것이다.


물론 경찰관이 한 명 뿐이기 때문에 꽁초를 버리다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그 한명에게 재수 없이 걸리면 사형이다. 아무리 확률이 낮다 한들 목숨을 걸고 꽁초를 버릴 간 큰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또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꽁초 좀 버렸다고 목숨을 앗아가는 게 어찌 민주주의 국가인가?


그래서 우리는 꽁초 투기 범죄율을 낮추기 위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감내할만한 비용 안에서 경찰관 숫자를 늘리고, 형량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이건 그 사회가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첫 번째 케이스, 즉 100명의 경찰관을 두는 경우 경찰관의 권위는 심각하게 떨어진다. 잡혀봐야 형벌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두 번째 케이스, 즉 1명의 경찰관과 사형 제도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경찰관의 권위가 너무 비대해진다. 적발되면 사형인데, 이때 경찰관은 거의 신에 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몇 명의 경찰관을 두는 것이 적절하냐를 논의할 때 이 대목도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첫 번째 케이스는 엄청난 비용 낭비를 낳고, 두 번째 케이스는 경찰 권력의 거대화와 인권 상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 국회의원 숫자도 마찬가지다


이걸 국회의원 숫자에 대비해 봐도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국회가 가장 민중들의 뜻을 잘 받들 수 있느냐를 논의해야 한다. 그런데 첫째, 국회의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모든 사안을 직접민주주의로 해결하면 국민들의 뜻이 가장 잘 반영된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을 5,200만 명 쯤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돈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시간도 비용 중 하나다. 이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가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한 명만 두면 어떤가? 이렇게 하려면 이 한 명에게 엄청난 권한을 줘야 제도가 유지된다. 경찰관이 달랑 한 명인데 꽁초 버리면 벌금이 고작 1만 원 정도라면 진짜 이 나라 길거리는 꽁초로 가득 찰 것이다.


그래서 한 명의 국회의원에게는 “꽁초 버리면 사형!”을 선언할 만큼의 거대 권력이 주어져야 한다. 이래야 사회가 돌아간다. 한동훈 위원장이 주장하는 국회의원 정원 감축이 바로 이런 사회를 겨냥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옳은가? 수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목소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국회의원이 꼴도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로 던져야 한다. 우리는 왜 그들의 꼴이 보기 싫은가? 민중들을 대변하는 일에는 소홀하면서 막강한 권력만 휘두르기 때문 아닌가?


이게 꼴 보기 싫은 것은 당연히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300명을 250명으로, 250명을 200명으로, 그래서 결국 그 숫자를 100명으로 줄여보라. 그 100명이 5,200만 민중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대변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줄어든 숫자만큼 권력은 비대해질 텐데, 지금 하는 꼬라지로 봐서 그 100명의 국회의원들은 말 그대로 중세 귀족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릴 것이다. 한 명의 경찰관에게 국가 치안을 맡기면 그 경찰관은 얼마든지 부정과 축재를 저지르며 왕처럼 살 수 있다. 이게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주장에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 귀족정 사회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꿈꾸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지금 국회의원들이 민중의 뜻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변호하려는 게 아니다. 나도 그들의 행동을 볼 때 때때로 열불이 난다. 그런데 이 분노를 잘 표현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이 미운 이유가 뭔가? 그들의 특권 때문이다. 그들이 민중들을 대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숫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그들의 특권을 줄여야 한다. 숫자는 오히려 늘려야 한다. 왜냐? 숫자를 줄일수록 새로운 정치 신인들이 절대 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오히려 기존 300명 국회의원 중 가장 기득권이 강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일 게 아니라 보좌관 숫자부터 줄이자. 도대체 국회의원들이 운전 노동자를 두고 다녀야 할 이유가 뭔가? 직접 운전하고 다녀라. 그게 민중들의 삶이다. 운전 못한다고? 그럼 대중교통 타고 다녀! 괜히 “요즘 버스 요금 70원쯤 하지 않나요?”라는 개소리로 망신만 당한 정몽준 꼴 나지 말고!


뭔 국회의원마다 대기업 임원실 같은 거대한 방을 제공하나? 유럽 같은 선진국 중에는 국회의원 서, 너 명이 방 한 개를 나눠 쓰는 풍경이 허다하다. 국회의원들이 실무는 전부 보좌관에게 맡기고 공은 자기다 다 가로챈다는데, 실무를 니들이 하란 말이다.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민중을 대변한다고 나대나?


이렇게 특권을 줄이면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 명분이 생긴다. 의원 숫자를 늘리면 국회의원 한 명이 유권자 한 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의원 한 명 당 담당하는 국민 숫자는 평균 17만 명이다. 즉 내 한 표는 국회의원에게 17만 분의 1만큼만 가치를 갖는다. 하지만 이걸 의원 한 명당 9만 명쯤으로 줄이면 내 한 표의 가치는 9만 분의 1로 거의 갑절로 뛴다. 의원이 민중들의 뜻을 더 잘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로 늘려야 하는가? 물론 5,200만 명의 의원을 둘 수는 없다. 이건 경찰관 100명을 두는 것만큼이 비효율적인 일이다. 어느 정도가 적정하냐는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하지만 힌트는 있다. 이럴 땐 그냥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 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방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원제를 유지하는 나라의 평균 의원 1인당 인구(한국 제외)는 5.7만 명이다. 우리는 17만 명이다.


대충 OECD 수준을 맞추려면 의원 숫자는 900명쯤으로 늘려야 한다. 이러면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비대한 권력을 충분히 분산할 수 있다. 이러면 진정 민중들의 뜻을 대변하고자 하는 성실하고 겸손한(직접 운전하며 직접 발로 뛰는) 신예들을 대거 발굴할 수 있다.


우리는 귀족정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소수의 국회의원들이 뭐나 된 양(그들은 민중을 대변하는 대리인일 뿐이다) 거들먹거리는 사회를 극혐한다. 이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한동훈 위원장이 운을 뗐으니 우리도 이 문제를 치열하게 받아쳐야 한다. 국회의원 숫자를 더 늘리고 그들이 누리는 불필요한 1인당 권력을 줄이자. 나는 이것이 진정 효율적인 대안이라 굳게 믿는다.


#국회의원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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