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노, 분노조절장애
송요훈 MBC 기자 페이스북 글
격노, 분노조절장애
대통령의 격노가 잦다고 한다. 격노를 쉬운 말로 풀어쓰면, 불같이 화를 낸다는 거다. 화를 참지 못한다는 거다. 그걸 유식하게 말하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는 거다.
인간은 감정이 있는 동물이니 격노할 수 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절제력이 부족하여 격노가 잦다면,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선 냉철한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리더에겐 특히 그렇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대통령실은 관영방송 KBS를 통해 대국민 담화를 예고했다. 격노하여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KBS에만 부랴부랴 통보해서 그랬는지, 다른 언론에는 한참 뒤에야 예고 기사가 떴다.
왜 대통령실은 그 시간에 담화 예고를 통보했을까. 그날 낮에 본 기사가 떠올랐다. 국힘의 어느 후보가 대통령은 국민에게 무릎을 꿇어라, 내각은 총사퇴하라, 대통령실 참모들을 모두 바꾸라 하며 대통령에게 원망을 쏟아냈다는 기사였다.
그것이 격노를 아끼지 않는 대통령의 폭발성 성정에 불을 질렀을 것이다. 여론에 떠밀려 ‘런종섭’에 ‘도주’ 대사’로 불리던 이종섭 호주대사를 사퇴시킨 것이 자존심을 건드려 속이 몹시 쓰렸는데, 무릎까지 꿇어라 하니 성질이 폭발했을 것이다.
일요일 늦은 밤에 나온 ‘의대 정원 관련 대통령 담화 발표’ 예고에 병원 떠난 의사들을 불러들이는 명분을 주는가 했었다.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의대 정원 문제에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가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기자들의 출입을 통제하여 기자들은 없는 넓은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은 참모들을 앉혀놓고 ‘외롭게’ 담화문을 읽었는데, 그건 문제 해결을 위한 ‘설득용’ 담화문이 아닌 의사들을 적대시하는 선전 포고문이었다.
왜 이 상황에서 대통령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키는 선전 포고문을 읽었을까.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을 접어야 하는 게 자존심을 건드려서 그랬을까. ‘이채양명주’의 악재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선거용 카드라는 게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였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격노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고, 분노한 상태에서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누구나 격노할 수 있다. 그러나 격노가 잦은 대통령의 격노는 국민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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