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기자회견에 참석한 3명의 외신 기자들의 질문 방식 정리
이기주 MBC 기자 페이스북 글
"내 이랄줄 알았다"
그토록 기자들에게 들러리는 되지 말자고 했건만, 많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대통령이나 그의 참모들은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으니 거기에 대해서 딱히 말하고 싶지는 않고. 특히 김행이라는 사람의 말대로 예의범절을 가르쳐서 내보낸 것인지 사회자의 구령에 맞춰 집단 기립과 착석을 칼같이 하는 모습은 참.. 뭐랄까.
그 와중에 눈에 띄는 발군은 외신 기자들이다. 특히 그들의 질문 기법은, 하나마나한 질문을 나열식으로 던지는 한국 기자들이 꼭 배우면 좋겠다. 일본 기자를 빼고 3명의 외신 기자들의 질문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 조쉬 스미스 기자 (로이터)
1. 질문 전제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의 외교와 안보 정책은 주한미군과 한미 확장 억제에 기반한다고 했다.
2. 질문 전개
그런데 미국 정치의 잠재 변수는 트럼프의 당선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3. 질문 연계
①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이나 다른 이슈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 ② 미국과 방위비 협상을 할 때 한국에 지나치게 많다는 한도는 어느 수준인지? → ③ ("한국같은 부자 나라를 방어해줄 필요 없다"는 트럼프 말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북한 대응을 넘어 더 많은 역할을 한다면 용인할 것인지?
■ 캐서린 바튼 기자 (AFP)
1. 질문 전제
윤 대통령은 일전에 북한의 무기가 러시아를 통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상에 쓰이는건 한국이 용인 안 한다고 했다.
2. 질문 전개
그런데 현재 유엔 등에서 그러한 증거들을 속속 찾아내고 있다.
3. 질문 연계
①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 ② (북한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것인지?
■ 진 맥킨지 기자 (BBC)
1. 질문 전제
앞선 AFP 기자의 질문에 대한 추가 질문이다.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구매하면서 한국이 설정한 (용인 안 한다고 했던)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2. 질문 전개
이는 북한이 한국을 향해 사용하려고 만든 무기들을 시험할 기회를 러시아가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러시아에 제한적 조치만 하고 있다. 주한 러시아 대사는 한국이 비우호국 중 가장 우호국이라고까지 했다.
3. 질문 연계
① 그렇다면 러시아의 행동 중 한국이 용인할 수 없는 레드라인은 뭔지? → ② 그 레드라인을 러시아가 넘었을때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지? → ③ (한국의 조치에 따라) 푸틴이 평양에서 북한과 정상회담까지 하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의 빌드업과 드리블, 문전 처리까지 외신기자들의 압박 전술은 매우 훌륭했다. 먼저 질문의 전제를 던지고, 그 다음 질문을 펼치고, 마지막으로 점층적인 연계 질문들로 상대를 조여오는 능력을 기자들은 배워야 한다. 물론 윤 대통령처럼 대답을 회피하면 어쩔 도리는 없다. 그럼 기자회견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격노라는 표현을 굳이 질책이라고 써서 동문서답이나 듣고, 지겹지도 않은지 그놈의 협치라는 모호한 단어를 또 묻고, 한동훈과 제발 친하게 지내라는 질문성 압박을 반복하고, 민생토론회가 우리 지역에선 안 열렸다는 뜬금포를 던지는 한국 기자들은 외신기자들의 질문법을 꼭 쫌! 반복 시청하면서 학습하면 좋겠다.
끝으로 오늘 기자회견을 보면서.. 반짝반짝 광을 낸 구두를 챙겨 신고, 넥타이를 목젖까지 올려 맨 저 사람들보다 도어스테핑 곧 한다는 말에 슬리퍼 차림으로 급하게 뛰어나와 연계 질문을 던지던 내가 차라리 나았던 것 아닌가 하는 위안을 했다. ^^
<기자유감>의 한 구절로 대통령 기자회견 시청 소감을 마무리 한다.
"권력을 향한 불편한 질문을 거부할 바에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는 말도 더는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권력이 요구하는 협조 체제와 예의범절, 국익과 애국심은 통치자의 논리일 뿐이다. 언론은 통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83 p.
#외신기자 #질문 #윤석열 #매국노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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