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방향을 바꾸라 했더니, 국격을 낮춰버린 윤석열 정부
조국혁신당 김준형 당선자 기자회견문
<외교 방향을 바꾸라 했더니, 국격을 낮춰버린 윤석열 정부>
한·중·일 서울 정상회의가 우여곡절 끝에 개최되었고, 어제 끝이 났습니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미·일 일변도의 진영 편향과 이념 외교로 인해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국익 훼손이 반복되던 상황에서 일단 진영을 넘는 외교 이벤트를 했다는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향후에도 이러한 국익 중심의 외교가 지속되기를 촉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나’ 했던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였습니다. 외교 방향을 바꾸라고 했더니, 대한민국의 국격을 낮춰버렸습니다. 외교의 주체에서 구경꾼으로 말입니다. 개최국은 한국이었습니다. 무대는 서울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연은 중국과 일본이었고 대한민국은 구경꾼에 불과했습니다. 중일 양국 정상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국익을 거침없이 얘기했습니다.
일본은 중국에 “수산물 시장을 다시 개방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중국은 일본에 “핵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라”라고 명확하게 요구했습니다. 3국 정상의 마지막 행사인 공동 기자회견장에서도 양국은 서로를 향해 분명한 입장을 개진했습니다. 공개적, 명시적으로는 상호 협력을 얘기하지만, 비공개적·우회적으로는 국익을 챙기는 살벌한 말의 전쟁이었습니다. 그것이 정상외교입니다. 그런 치열한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만 제대로 국익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구체적인 요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대일 굴욕외교는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수주 간 한일 사이를 뜨겁게 달궜던 라인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언급은 귀를 의심하게 했습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부당한 압박에 대해 항의하기는커녕,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가 네이버 지분 매각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이라며 일본의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아니, ‘국내 기업의 투자와 사업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하기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게다가 정부의 민간기업 개입은 2003년 발효된 한일투자협정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왜 따지지 못했습니까? 미래 성장동력이 될 핵심기술을 가진 국내 기업이 일본에 넘어갈 위기가 어떻게 외교관계와 별개 사안이 될 수 있습니까? 혹시라도 이미 한국 기업의 팔을 비틀어 일본에 넘기기로 하고, 국내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기로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강하게 듭니다.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은 지난 2년간 중국에 대해 강경일변도로 나갔습니다.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였습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입장을 꾸준히 요구해왔고, 이번 3국 정상회담의 참가와 연동시켰습니다. 미국도 중국에 대해 견제할 때는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즉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중국과의 협력을 원할 때는 하나의 중국 정책, 또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이른바 투트랙을 활용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오로지 전자만 반복하면서 중국을 자극해왔습니다. 더욱이, 하나의 중국 원칙이 한중 수교의 전제조건임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미루다 이번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압박에 굴복한 것입니까? 그래서 결국 중국 측 발표에는 넣고, 한국 측 발표에는 삭제하는 꼼수로 타협한 것입니까? 이 부분은 정부가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이 3국 정상회의의 개최국이자 의장국이라는 것이 무색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번 3국 정상회의 일정이 처음 알려진 것도 외교부나 우리 언론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인용한 일본 언론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정상회담이, 그것도 3국의 정상회의 개최 날짜를 확정한 것이 불과 개최 전 일주일도 안 되었다는 것은 너무도 이상합니다. 일정 확정은 물론이고, 의제 선정에서 주도권을 잃고 말았습니다. 애초에 의제를 좁히지 못했고, 개최국으로서의 외교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공동 성명은 좋은 말의 성찬과 구름 잡는 추상의 향연이었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찾기 힘듭니다.
결국 이번 3국 정상회의는 그간 잘못된 윤석열 정부의 외교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실용주의 외교를 펼칠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킨 것입니다. 일본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칠 계기도, 중국과의 관계 복원의 돌파구도 만들지 못한 채로 끝나버렸습니다. 서울에서 벌어진 외교전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도 못했던 2024년 한·중·일 정상회의를 보며 130년 전의 청일전쟁과 겹쳐 기시감이 듭니다.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한반도에서 부딪치는데, 무능한 왕조와 정권은 아무 일도 못하다가 결국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했었다는 역사를 우리 국민은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조국혁신당과 국민은 이런 일이 재현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에 권고합니다. 제발 이념편향 외교 그만하고, 실리외교에 나서라고 말입니다.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활용해야 합니다. 외교무대에서 제대로 된 행위자가 되어야 합니다. 운동장에서 선수로 뛰어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나서지 마십시오. 4.10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윤 대통령이 외교에 집중하려 한다고 합니다. 제발 외교에 집중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것 마저 망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이 외교에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현실에, 전문가로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2024년 5월 28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
외교전략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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