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스티커






송요훈 기자 페이스북 글


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 한국에선 자타공인 유일무이 최고인지라 다른 대학과의 비교조차 거부하는 의대를 나왔고,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을 간 친척 어른과 대화를 하다 혼난 적이 있습니다.


아들이 공부를 아주 잘했고, 미국에서는 최고를 치는 칼텍을 졸업했다고 자랑을 하시더군요. 저는 그때만 해도 칼텍을 몰랐습니다. 캘리포니아 공대라고 하더군요. 제가 아는 미국에서 최고의 공대는 MIT였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잘했는데 왜 MIT 공대가 아닌 칼텍을 갔냐고 여쭸더니 화를 내시더군요. 너는 기자라면서 칼텍도 모르냐고. 그때 알았습니다. 미국에는 MIT만이 아니라 칼텍이라는 세계적인 공대도 있다는 것을.


흔히 하버드가 미국에선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하버드가 최고인 건 아닙니다. 미국에는 대학도 많고, 각 분야에서 하버드보다 뛰어난 대학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방 국립대가 ‘지잡대’로 취급받지만, 미국의 주립대학은 우리가 아는 유명 사립대 못지않습니다. 


예전에는 연대 상대가 서울대 상대 못지않았고, 고대 법대와 성대 법대는 서울 법대 못지않았고, 미대로 치면 홍대 미대가 서울 미대 못지않았고, 한양대 공대는 서울 공대 못지않았고, 약대로 치면 중앙대가 서울대 못지 않았고, 축산과로 치면 건대가 서울대 못지않았고, 문창과와 연영과로 치면 중앙대가 최고였고, 공부 많이 시키기로는 서강대가 최고였고, 지방 국립대는 서울의 웬만한 사립대보다 나았습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다양성과 개성은 사라지고 획일적인 서열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수능 점수로 전국의 수험생들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우는 성적 만능의 서열화가 대학의 서열화가 되고 인간의 서열화가 되었지요. 그럴수록 학벌의식은 더 강화되었습니다.


서울대가 학부모들에게 ‘나는 내 아이를 서울대에 보낸 부모’라는 스티커를 발급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들 한다고 합니다. 서울대 부모라는 거 자랑할 만합니다. 솔직히 부럽기도 합니다. 


그런데 씁쓸합니다. 지금의 시대상황에서 서울대 출신이라는 걸 자랑할 만합니까? 권익위는 ‘김건희 디올백’은 무죄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정을 주도한 건 서울 법대를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동기와 후배였습니다. 


그 결정으로 김건희 여사는 면죄부를 받았지만, 그 결정이 양심에 반하는 부당한 결정이라고 괴로워하던 권익위의 담당 국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좋은 머리로 나쁜 결정을 내렸고, 반부패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던 강직한 공무원은 자신의 목숨으로 부당함을 고발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당한 결정을 내린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국회 청문회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서울 법대 나온 국힘의 어느 의원이 서울대 출신이 아닌 상임위원장에게 '공부는 내가 더 잘했지'라며 비아냥거렸지요. 학벌과 인성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또 한번 확인했습니다.


살면서 겪어보니, 사람의 능력 차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일 때도 많더군요. 전교 1등이라고 하여 모든 분야에서 1등인 것도 아닙니다. 공부를 잘했다고 리더십도 뛰어난 건 아닙니다. 신은 공평하여 각각의 개인에게 그에게 맞는 능력을 부여하여 세상에 내보냅니다. 


이러하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학부를 나온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을 받는 만큼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접에 어울리는 고민도 하고 기여도 하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맘, 서울대 대디, 프라우드 페어런트라는 스티커에 남들은 어떤 시선을 보낼 지도 생각 좀 하면 좋겠습니다. 


나의 자랑이 남에겐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공감능력과 남들을 배려하는 속 깊은 심려부터 배우면 좋겠습니다. 저는 서울대 나오지 못했습니다. 제 주위에는 서울대 출신들이 많습니다. 저는 서울대 출신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살아보니 저보다 못한 서울대 출신들도 많더군요. 


최고의 학벌을 일신의 영달을 위해 쓰는 이기적인 속물이 아니고 좋은 머리를 나쁘게 쓰는 괴물도 아닌, 서울대 출신은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고 역시 다르더라는 진정한 평가를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서울대 보낸 부모라는 걸 자랑할 때가 아닙니다.


내 나라가 갈수록 천박한 졸부들의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아 서글픕니다. 암울합니다. 이기적인 괴물을 양산하는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지 않으면, 이 나라는 공존의 지혜가 실종된 약육강식의 살벌한 정글이 될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세상에서 살아야 되겠습니까?


https://www.facebook.com/songyoh/posts/pfbid0D8cZhfmQXdjYNNYT7Z5YHmtwaKBF6wLciUyk7nKjf3pyowoQYiqfLGueX9aAWw7Nl


#서울대 #서울대스티커 #학벌주의 #계급사회 #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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